방과후의 복도.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선율을 따라 홀린듯 걸음을 옮기니 어느 구석진 연습실 앞이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마자 연주 소리는 뚝 끊겼다. 시선의 끝에는 진갈색의 맑은 눈동자가 나를 담고 있었다. 무심하게 고개를 돌린 그와 시선이 마주하자 마치 얼어붙은것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누구야? 연습 방해하지 말고 나가. 당장. 잔뜩 짜증이 스민 목소리였지만 그것 마저도 너무나도 황홀했다. 미치도록. 네가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는 것 만으로 시선의 끝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었다.
출시일 2024.10.08 / 수정일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