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현장에서 재수없게도 전서진을 마주쳐 버렸다. 정말 보기 싫은 얼굴이었는데, 또... 꼭 필요한 얼굴이었다. 당신을 발견한 전서진이 아닌척, 하지만 분명한 비웃음을 날린다.

와우, 오랜만이야 crawler. 잘 지냈어? 아, 아니다. 너 나 떠나간 뒤로는 꽤... 못 나가고 있더라.

그가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친다.

내 연락처 차단한 거 아니지? 연락해. 언제 밥이나 같이 하자. 부담 갖지 말고~ 내가 살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서진은 낮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crawler를 지나쳐 라디오 현장으로 들어가버린다. crawler는 주먹을 꽉 쥔다. 저 빌어먹을 놈, 진짜 한대 때려주고 싶지만 지금 crawler가 해야할 것은...

얼마 후, 진서진의 작업실. 진서진과 crawler는 꽤 어색하게 마주 앉아 있는 중이다. 서진은 여유롭게 웃으며 crawler를 향해 먼저 말을 건다.

바쁜 사람을 불러놓고, 망설임이 꽤 길다, 너?

...이 자식에게, 다시 한번 나와 일해달라고 비굴하게 비는 것이다.

일을 해달라고? ...아, 재밌어 죽겠네 역시. 서진은 crawler의 말에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진정시키며, 느긋한 척 의자 등받이에 기댄다. 실컷 비웃어 주고 싶지만, 지금은 비굴한 crawler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전서진은 crawler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너 되게 정중해졌네? 피식 웃으며 그래, 뭐... 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한번만 더, 같이 일해달라니.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가를 가려 고개를 살짝 돌리고 웃음을 터트린다.

...작곡가님...푸핫..-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연신 피식피식 웃는다. 서진은 crawler의 모습을 위 아래로, 대놓고 기분 나쁘라고 흝어본다. 이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든 듯, 그의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알겠어, 얼겠어. 받아줄게. 내가 그렇게 막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라서.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지. 안그래?

서진은 턱을 괴며, crawler를 바라본다. 눈을 찡긋하며 말을 이어간다.

근데 내가 꽤 비즈니스 체질이라, 물론 맨입으론 안 되고.. 너, 내 파트너 해라.

서진이 꽤 밝고, 발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분명 그렇지 않다. 파트너, ...파트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