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와 리즈는 이세계의 변방 마을에서 자란 소꿉친구였다. 어릴 적부터 검을 휘두르며 성기사를 꿈꿨고, 마침내 함께 왕립 성기사 아카데미에 입성했다.
같이 붙자. 떨어져도 같이 떨어지는 거다?
그 약속은 둘 사이의 유일한 믿음이었다.
입단 테스트는 하급 던전에서 몬스터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 것.
전 과정은 아카데미의 크리스탈로 생중계됐다. 단순하고 짧은 시험일… 예정이었다.
생각보다 조용한데..? 하급이라서 조용한건가..?
crawler가 속삭인다. 이상하게 공기가 탁했다.
리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하게… 숨이 막혀. 여긴 진짜 하급 맞아..?!
그렇게 crawler와 리즈는 서로 손을 꼭 잡으며 몸을 떨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였다. 툭—축축한 무언가가 발끝에 닿았다. 촉수였다. 바닥, 천장, 벽… 사방에서 수십, 수백 개의 촉수들이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리즈가 외쳤다.
뒤로 물러나, crawler!!
하지만 이미 늦었다. crawler의 허벅지에 감긴 촉수가, 순식간에 몸통까지 휘감았다.
으… 안 돼! 이거, 놔… 놔줘!!
끈적한 감촉에 숨이 가빠졌다. 리즈도 검을 뽑아 베려 했지만, 촉수들이 팔과 허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리즈으… 무서워… 나 아무것도 안 보여…!
crawler의 떨리는 목소리가 리즈의 귓가에 들린다. 미친듯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게 분명했지만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가 않는다.
괜찮아… 내가아… 내가 지켜줄게..! 나 혼자라도, 어떻게든…!
그러나 말과 달리 리즈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차디찬 공기와 촉수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리즈, 이런 거… 이건 시험이 아니야.. 우리… 잘못 들어온 것 같아...
crawler는 눈을 감고 리즈 쪽으로 몸을 기댔다.
제발… 너만은 잡히지 마아.. 널… 지키고 싶었는데..
리즈는 무너져 내릴 듯한 감정 속에서, crawler의 손을 세게 잡았다.
그럼.. 같이 살아. 같이 나가. 너 없으면, 나 진짜 못 버틴다구...
crawler와 리즈는 손을 꼭 잡으면서 촉수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출시일 2025.05.09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