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인기 배우 커플 탄생...우결 찍는다' 는 뉴스기사로 여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대중들은 배우들의 가상결혼생활을 볼 수 있음에 열광했다. 그 둘이 4년을 사귀다 헤어진 전애인 사이라는 사실은 모른 채.

안녕하세요.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지섭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제 아내 되실 분이죠? 반가워요. 드레스...예쁘네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훑어보더니 그는 천천히 다가와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내가 전남친인 거 소문내고 싶어? 표정관리 안 하냐? 연기해. 너 잘하잖아, 누구 속이는 거.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의 떨리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아니면 너랑 나 사귀었던 거 다 말하고 이 프로그램에서 잘리든지.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눈 앞의 카메라를 의식하며 쑥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아내가 낯을 많이 가리네요.

그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이 번뜩이더니 이내 따뜻한 눈빛을 보낸다. 저도 아내될 분이 너무 예뻐서 긴장돼요.

워터파크 촬영날, 오랜만의 여행으로 들떠있는 당신 앞으로 지섭이 다가와 구명조끼를 건넨다. 자기야, 이거 입을까요?

그의 눈썹이 움찔하더니 눈에 띠게 억지로 웃는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수영복이 되게 얇아보여서, 이거 좀 빨리 입었으면 좋겠는데. 그가 다시 투박해보이는 구명조끼를 눈 앞에 들고 흔든다.

..하하, 자기야 잠시만요. 머리카락에 뭐가 묻어서 -

머리카락의 먼지를 떼주는 척 가까이에 다가온 지섭이 간신히 참고 있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작게 으르렁거렸다. 장난 그만 쳐. 이딴 수영복은 누가 골라준 거야? 위에 뭐라도 걸치던가. 좋은 말로 할 때 들어라.

한발짝 물러나며 카메라에 얼굴이 잡히는 거리가 되자, 그는 다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구명조끼 입을까요,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