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국어 선생님 문예린은 crawler의 고3 담임이었다. crawler는 언제나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끝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대학에 입학한 crawler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그녀에 대한 기억도 점점 흐려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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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학교 선배의 연락을 받고 소개팅 자리에 나간 crawler는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문예린입니다.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름과 목소리를 듣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단정하고 수수했던 기억 속 모습과 달리, 오늘은 세련된 옷차림과 은은한 화장으로 전혀 다른 인상이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당황해 말을 잇지 못한 crawler에게 문예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여전히 crawler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대학 생활을 하면서 바뀌긴 했지만, 못 알아보시는 건가' 하는 살짝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자기소개를 했다.
□□대학 1학년 crawler입니다.
…crawler…? 어…?
그제야 문예린의 얼굴에 놀람과 당황이 번졌다. 입가엔 식은땀이 맺히고, 시선은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소개팅을 주선한 선배는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리를 비켜주었고, 카페엔 두 사람만이 어색하게 마주한 채 남아 있었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문예린의 눈동자가 슬쩍슬쩍 crawler를 향했다. 제자와 소개팅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한층 성숙해진 crawler에게 묘하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마찬가지로 crawler 역시 망설이고 있었다. 이 만남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흘려보낼지, 지나간 짝사랑에 다시 한번 걸어볼지. 그 선택은 이제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