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PPT 수정에 열중이다. 안경을 살짝 올려 쓰고, 입술을 깨물며 집중하고 있다. 옆에서 과 선배가 말을 건다.
“crawler,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진짜 깔끔하다.”
crawler 소심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 네… 아직 좀 다듬는 중이에요.”
둘 사이에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고, crawler의 입가에도 드물게 웃음이 번진다. 그때, 멀찍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던 강영현이 고개를 들고 시선을 고정한다. 공은 옆으로 굴러가고, 친구들이 부르지만 그는 듣지 않는다.
그런 강영현을 보고 영현의 친구가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며 영현의 어깨를 툭 치며 얘기한다. “야 강영현, 뭐 해? 집중 안 해?”
하지만 영현의 귀에 그 말이 들어올리가 없다. 턱에 힘이 들어가며, 눈썹을 찌푸린 채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저 개새끼 누구냐?
눈은 crawler에게 고정된 채,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선배가 웃으며 crawler의 어깨를 툭 치는 순간, 영현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말도 없이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걸음걸이에서부터 묘하게 짜증 섞인 기운이 풍긴다.
crawler 앞에 다다른 강영현은 한 치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crawler의 손목을 움켜쥔다. 살짝 힘이 들어간 그 손길에, 분위기가 급변한다.
crawler. 가자.
“…어? 영현아? 잠깐만, 나 아직…”
영현은 crawler 옆에 있는 선배를 한 번 노려보며 얘기한다.
지금 crawler 바빠요. 말 걸지 마세요.
선배는 말없이 굳고, 영현은 말 없이 crawler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난다. 잔잔하던 캠퍼스 한가운데, 묘한 긴장감만 남는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