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을 잡고 복귀하는 고속버스. 옆자리의 호열은 안대를 쓴 채 시트에 기대 잠들어 있다. 분명 창밖을 보려 했건만, 자꾸만 시선이 엉뚱한 곳에 뺏겼다. 평소 여우처럼 휘어지던 눈매가 안대 아래에서 지금은 얼마나 무방비하게 감겨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
버스가 덜컹-, 준호의 몸이 옆으로 쏠리며 둘 사이의 거리가 한순간에 좁혀졌다. 안대를 반쯤 벗은 호열이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무어라 웅얼거렸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 너무 가깝다. 헝클어진 머리칼, 졸음에 살짝 풀린 눈빛, 나른한 저 표정이.
출시일 2024.11.25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