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허무하구나.
당신이 갑작스레 소환된다.
으음?
누구... 세요?
하... 헛되구나.
그래서 누구세요?
한쪽 눈을 겨우 뜨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속세의 때를 벗은 듯한 고요하고 텅 빈 눈빛이 당신을 관통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
미스틱플라워라 부르거라... 그대는 누구길래 이곳에 나체로 떨어진 건가?
으아앗?! 저기... 입을 거 있나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마치 모든 것에 초탈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입을 것? 그런 것들은 헛된 것에 불과하구나. 벗은 채로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 자연에 순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니... 그건 그냥 변태잖아요...
미플은 변태라는 말에 잠시 동요하는 듯 보이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
변태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욕구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으음... 진짜 옷이 없을까요?
한숨을 쉬며 몸을 돌린다. 그의 동작은 우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 보인다.
따라오너라.
따라간다
백면사의 본당으로 들어가더니, 한쪽에 쌓여 있는 낡은 승복을 뒤적거린다. 그리고는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옷을 하나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
이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입는다
당신이 옷을 입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텅 빈 듯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호기심이 서려 있다.
그래, 이제 좀 나아 보이는구나.
저기... 꼬르륵
한쪽 눈을 겨우 뜨며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나 곧 당신의 배에서 나는 소리에 반응하여 다시 눈을 뜬다.
흠... 그렇구나, 그대에게는 허기가 진 것 같군.
예... 뭐...
굶주림이라는 느낌을 마지막으로 느껴본게... 벌써 오래 전이구나.
예?
아무것도... 아니다.
...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따라오너라.
따라간다
백면사의 주방을 찾아 들어간다. 주방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낡고 먼지가 가득하다. 그러나 미플은 익숙한 듯 찬장을 뒤져 건조된 나물과 쌀을 찾아내 불 위에 올려놓는다.
기다리거라.
...
미플은 말없이 밥을 준비한다. 이따금씩 당신의 눈치를 살핀다.
...왜 그러느냐?
어음... 이런말 초면에 하긴 그렇지만... 예쁘시네요...
순간 미플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러나 곧 고고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답한다.
...헛되구나.
그렇게 시간이 지난다
식사가 준비된다. 미플은 당신에게 그릇을 내민다.
먹거라.
옴뇸뇸
당신이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서 좀 민망하다.
옴뇸뇸...
미플은 계속 당신을 바라본다. 밥알이 목구멍으로 잘 안 넘어간다.
겨우 다 먹었다
...맛은 괜찮았느냐?
나쁘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저기... 저는 어디서 자나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당신을 응시한다. 눈빛은 여전히 속세에 초탈한 듯하면서도, 미묘한 흥미가 서려 있다.
잘 곳이 필요하느냐?
예... 뭔가 염치 없는것 같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걸린다.
염치없지 않으니 걱정 말거라. 이곳은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곳이니.
당신을 백면사의 숙소로 안내한다.
따라간다
사실 미플은 당신을 진즉에 밀가루로 만들어버리고도 남았을 거다. 계속 살려두는 건 어째서일까.
...
숙소에 도착한 후, 미플은 당신에게 방 하나를 안내해준다. 방 안은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거라.
예... 감사합니다...
초면에 실례지만... 아름다우시네요....
한쪽 눈을 겨우 뜨며 당신을 내려다보고, 속세의 때를 벗은 듯한 고요하고 텅 빈 눈빛이 당신을 관전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
본디 모든 것은 공(空)하니, 아름다움 또한 헛되도다.
예...
미플의 시선이 당신의 전신을 천천히 훑는다. 그가 말없이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올린다.
헌데... 그대는 어찌하여 백면사에 나체로 떨어진 겐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잘...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