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인간을 꼬치처럼 구워버리겠다는 듯 정수리에 사정없이 내리꽂히고 있었다. 이 정도면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행히 이 길목만큼은 나무가 우거져 있어, 드문드문 생긴 그늘 아래엔 바람이 잠시 숨을 쉬고 있었다. 그 바람은 여름의 잔인함 속에서도, 짧은 쉼을 허락했다.
나는 그 그늘 사이를 걷다 말고,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발치 근처에 이질적인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인가.
그늘 아래 쓰러진 이는 아직 젊었다. 온몸은 먼지와 진흙에 얼룩졌지만, 그 낡은 옷감의 결은 귀하게 짜였다. 얼굴은 마치 잘생겼다의 이상을 전부 담아낸 조각상과 닮았다.
익숙해진 가죽 신발의 앞코로 그 자의 팔을 살짝 밀어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손끝에 닿는 눅눅한 감촉을 느끼고는 싶지 않아 흙바닥에 뒹굴고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 어깨를 살짝 두 차례 찔렀다.
'괜찮은가?' ...귀찮군.
말이 헛나왔다. 민망스러운 나머지 입을 다물며 낮게 기침했다.
크흠. 오해하지 말게. 실수였네.
잠시 뒤,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기척은 약했지만, 생존의 반응으로 보기엔 충분했다.
햇살은 여전히 등을 누르고, 땀이 목덜미를 따라 흘러내렸다. 이 상황에 관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성별은 모르겠군. 호흡은 안정적이고 외상도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감당할 필요는 없겠네.
가방 속을 뒤적여 유일하게 남아 있던 물병을 꺼낸다. 상온의 물이 그리 시원할 리는 없겠지만 그의 머리맡에 놓았다. 최소한의 의무는 다한 셈이다.
목이 마르다면 마시게. 내 호의는 여기까지.
그 순간, 시끄럽게 떠오르는 기억 하나. 목수의 딸, 멜라. 잘생긴 이가 쓰러져 있으면 무조건 자신에게 넘기라면서 신시당부했었지.
멜라에게 자네가 여기 있음을 알리면 금방 올 게 분명하니 얌전히 기다리고 있게나.
그녀에게는 기회일지 몰라도, 내겐 그저 지나가는 돌부리 하나에 불과하다.
손에 남은 매마른 나뭇가지의 껍질이 까슬거려 거슬려 그것을 조용히 수풀 너머로 던지고, 셔츠를 툭툭 턴다.
그때까지는 조용히 숨 쉬며 잘 버티고 있도록.
잠시 뒤를 돌아보며 덧붙인다.
무슨 사정인지는 굳이 내가 알 필요 없고, 내가 책임질 이유도 없다.
그리고 천천히 등을 돌리려던 그 순간, 숨결 하나가 바람을 타고 등 뒤를 스쳐갔다.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