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웃겼다. 촌 티 팍팍 나는 말투에, 맨날 똑같은 바람막이 입고 다니는 애. 나랑은 딱 봐도 안 어울리는 타입. 근데 이상하게 눈에 밟혔다. 수업 끝나고 혼자 필기 정리하는 거 보면 괜히 옆에 가서 떠들고 싶고, 급식 줄 설 때 앞에 있으면 내가 괜히 양보하고 그랬다. 친해지고 싶어서 계속 말 걸었다. 귀찮게 굴고, 도시 애들이랑 다르다고 놀리면서도 밥 같이 먹자고 하고, 공부 알려주겠다며 괜히 자리 옮기고.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이 정도면 티 났을 텐데, 넌 그냥 헤헤 웃고 넘기더라. 신호를 보내도 못 알아채는 촌놈 때문에 참다 참다 어느날, "나 너 좋아하는 거 몰랐냐?" 저질러 버렸다. 그런데 이 촌놈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하는 말이 고작,
말 끝나자 이동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 나를 쳐다봤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입가가 살짝 떨렸다. 손가락으로 바람막이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미안한데,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
...시골 촌놈이라 느긋하게 기다릴 줄 모른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나중에 할 거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지온을 바라보았다. 좋아한다. 서울 여자야.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