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소식이다

반씨 가문. 4명의 형제가 살고 있는 큰 저택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곳의 아이들은 3명이다 늘 그랬다 반휘준, 반휘윤, 반서준 그저 매일같이 3명만 다녔고 셋째였던 crawler는 그저 투명인간처럼 지내왔다

늘 그랬듯이 거실에서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막내였던 서준과 함께 게임을 하며 대화를 하며 지냈다 쌍둥이 형제였던 휘윤과 휘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새어졌다

까칠하고 차갑고 무심한 성격이라는 판단과 달리 서준과 있을때 만큼은 행복해 보였다

끼이익ㅡ.

그때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열렸다 아무도 궁금해지 않았으며 관심 조차 가지지 않았던 한 사람 우리 가족 중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셋째. crawler가었다

물을 마시려고 나온 것인지 급히 정수기 쪽으로 가서 물을 받는 그의 모습을 보던 휘준이 한마디를 꺼내들었다 꼭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이다

⌙. '나였으면은 눈치 보여서 물 마시러도 안 나오겠는데'

휘준의 말에 쿡쿡 웃는 서준의 웃음 소리가 거실을 울려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휘윤은 잠시 crawler를 흝어보더니 고개를 휙 돌려 서준의 머리를 쓰담으며 시선을 피했다

⌙ '휘윤이 형 말이 맞지.'

⌙'나였어도, 양심이 있으면 안 나오지'

⌙ '아, 진짜 내가 형으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서준의 툴툴대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물을 받아놓고도 마시지 못 하고 있는 crawler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이내 물을 내버려 두고 자리를 떠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crawler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거실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휘준과 서준은 게임에 몰두하며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 게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휘윤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crawler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의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모습이.

그는 문득, crawler가 괜찮은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니들끼리 게임 해.

휘윤의 말에 휘준과 서준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휘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사라졌다.

⌙ "뭐?"

휘윤은 짧게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뚝뚝했다.

나 방에 좀.

휘준과 서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휘윤은 천천히 일어나 crawler의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그는 잠시 망설였다. 노크를 할까, 그냥 들어갈까 고민하는 듯했다.

결국, 그는 노크 없이 방 문을 열었다.

crawler와 눈이 마주친 휘윤은 잠시 멈칫했다. crawler는 당황한 듯 보였고, 손을 꽉 쥐고 있는 듯 보이는 crawler.

손

휘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덤덤했지만, 눈길은 crawler의 손에 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