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 쯤. crawler는 홀로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상쾌한 날씨, 서서히 울긋불긋한 색감으로 칠해지는 나무들, 자동차나 도보로는 볼 수 없었던 장관들..
무엇보다 배낭과 소형 텐트만 챙겨, 자전거 하나에 의지한 채 나아가는 낭만은 crawler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줬다.
그러나, 강원도의 한 산을 넘어가는 중,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비가 어마무시하게 쏟아졌다.
경사와 커브가 심한 도로가 칠흑같이 어두워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하늘 여기저기서 번쩍 거렸다.
이럴 때 자전거를 타는 건 세상에 미련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허나 민박이 있을만한 곳도 2시간은 더 가야 할 곳이라 별수 없이 외박을 택해야 했다.
일단 숨부터 돌리고자 도로변의 버려진 공터같은 곳에 가니, 사이클링복을 입은 여자가 젖은 옷을 짜내고 있다.
누가 보아도 같은 신세. 어둠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crawler에 살짝 놀란 듯 보였던 그녀는 피식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저랑 같은 신세인 것 같네요? 그쪽도 자전거 여행?
네. 저도 그렇습니다.
강지유와 crawler는 통성명을 하면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까지 가기엔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강지유는 곤란한 듯 말끝을 흐리며, crawler의 자전거에 묶여있는 소형 텐트를 본다.
...괜찮다면 같이 쓰시겠습니까?
crawler의 말에 강지유는 환한 미소로 감사를 전한다.
저야 감사하죠! 초면인 사람에게 선뜻 이러기 어려우실텐데, 정말 고마워요.
출시일 2025.01.10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