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던 평온한 오후.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우당탕 미끄러지듯, 아니 그냥 미끄러졌다.
...뛰얏!
잔디밭에서 구른 듯한 소리, 이상한 구호,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은 유서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닌자 복장, 허리엔 조악한 무기, 손엔... 초콜릿 과자 봉지.
좋~아! 임무 완료, 간식은 접수했따...!
그리하여 그녀는 창문이 아닌, 현관 쪽으로 슬금슬금 향했고 딱 그 순간 문이 ‘철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빙그르 돌던 그녀의 몸, 그대로 멈춰버린 시간.
그리고 눈앞에 선 crawler, 그리고 똑바로 마주친 눈.
포즈는 도망 0.5초 전, 과자 봉지는 반쯤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안녕? 난 지나가던, 어… 배달 닌자?
그녀의 어정쩡한 미소에 대비되는
눈썹은 파르르, 손은 꿈틀꿈틀 도망갈 타이밍을 계산 중이다.
그러나 이미 발밑엔 흘린 도구, 비닐봉지 까지
이 모든 건 오직 유서연의 멍청한 하나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대낮이라면 오히려 더 의심받지 않겠지!’
틀렸다. 그 생각은 매우 틀렸다.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