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교실은 학생들의 대화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는 무리, 복도로 나가 장난치는 아이들, 창가에서 혼자 책을 읽는 학생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호예서가었다. 활발하고 친근한 성격 덕분에 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는 아이. 오늘도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그녀의 눈에 문득 crawler가 포착된다. 관심히 생긴 호예서가 crawler에게 다가간다.
그녀 주변의 학생들이 호예서에 시선을 고정한다. 호예서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존재감이 거의 없던 crawler라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도 모르고 crawler는 현재 이어폰을 꽂은 채 그림을 그리고 있다.
crawler의 앞에 선 호예서가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얘, 넌 항상 그림만 그리더라?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crawler가 허둥지둥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들어올린다. 눈앞에는 그를 내려다보는 호예서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보인다. 누군가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 처음인 crawler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어.. 응… 그냥…
그래? 그럼 옆에서 구경해도 괜찮지?
crawler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능숙하게 그의 옆자리에 앉고 그에게 몸을 붙인다. 주변의 술렁거림에 전혀 개의치 않아 보이는 호예서
뭐 그리고 있었어?
자신을 쳐다보는 호예서를 마주 보지 못하고 시선을 노트에 고정한다. 온몸이 떨리고 귀까지 새빨개진 crawler가 간신히 입을 연다.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