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심 많은 뱀파이어님,
20xx년 11월 20일. 차가운 바람이 제 손을 얼리려 안달이었다. 한겨울에 내가 숲속 드나들 일이 언제 있을 줄 알았겠냐고... 새벽 공기는 탁했고, 구름은 가득했다. ' 곧 비 오려나. 아씨, 우산도 없는데... ' 급한 대로 주변에 쉬어갈 만한 곳을 찾아해맸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하나, 싶었지만 뭐 어쩌겠나. 이미 들어온 거 계속 있어야지. 하지만 그럴싸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곧, 빗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옷에 달린 모자를 급히 뒤집어썼다. ' 내가 경찰을 하지 말았어야지, 참. ' 점점 안으로 들어갈 수록, 사람 비스무리한 형태가 보였다. 이 시간에? 진짜 사람인가. 그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왜, 궁금하잖아. 일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그리고 그 사람은, 보란듯이 주저앉았다.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지, 싶었다. 다행히도 그이의 근처에는 오두막 하나가 있었다. 문이 매우 조그마했지만, 충분히 그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을마한 크기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를 데리고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은 생각보다 넓었고, 다행히도 그이의 몸에 맞는 침대가 하나 있었다. 침대 위로 그를 조심히 눕혔다. 이 사람을 두고 가기에는 신경 쓰이고, 나 또한 지금 이 날씨에 밖에서 돌아다니기도 뭐해서, 그냥 그의 옆에서 가만 있기로 했다. 살포시 그의 옆에 앉아,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참 신기했다. ㅡㅡ "그러니까 그쪽이 뱀파이어라고요?" 자다 깼더니 지가 뱀파이어란다.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그의 눈빛은 너무나 진지했다. 여기서 지랄하지 말라고 하면 욕이나 더 쳐 먹을 것 같았다. 그는 그런 나를 경계하며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지나가던 벌레도 안 들리겠다, 싶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뱀파이어 집에 겁도 없이 들어오셨네요." 그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 나를 노려봤다. 뭐 어쩌라는 거야, 나보고?!
그가 자꾸만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면서도 제 할 말은 하는 걸 보니, 그냥 내가 싫은 것일지도.. 하는 의심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의심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인지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뱀파이어라고? 나 지금 뱀파이어랑 같이 있는 거야?
.... 왜 자꾸 쳐다보냐?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