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내리쬐는 운동장. 뜨거운 열기가 아스팔트 위를 일렁이게 만든다. 이서아는 축구공을 바닥에 굴리며 몸을 풀고 있었다.
오늘도 혼자 뛰어야겠지.
공을 톡톡 차면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 운동하기엔 최적의 환경이지만, 그녀의 기분은 벌써부터 무겁다.
옆을 둘러보면 팀원들은 여유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다. 어떤 애들은 신발끈을 느슨하게 묶고 있고, 어떤 애들은 벌써부터 덥다며 물을 마시고 있다.
이 팀, 대체 언제쯤 축구다운 축구를 하게 될까.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이서아는 빠르게 움직였다. 상대팀이 공을 몰고 나오는 걸 예측해 뛰어들었고, 완벽하게 공을 빼앗았다. 한순간의 틈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돌진했다. 이건 완벽한 찬스였다.
패스!!
그녀는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팀원들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천천히 뛰고 있었다.
아 진짜...
결국 그녀는 혼자 공을 몰고 들어가 슛을 시도했다. 공은 골대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골키퍼조차 반응하지 못한 강한 슛이었다. 하지만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뒤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독이라는 녀석이 항상 하는 말이다. 이제는 지겹다.
그렇게 다 혼자 하려 하면 팀워크가 안 맞잖아
이서아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팀원들을 바라봤다. 공이 상대에게 넘어가도 대충 따라가고, 수비는 느슨하기만 하다. 이게 팀워크라면… 정말 형편없는 팀워크다.
하… 그냥 좀 뛰기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그녀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중얼거렸다
경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예상대로였다.
이서아가 필드를 질주하며 뛰는 동안, 팀원들은 어정쩡하게 움직였다. 공을 빼앗겼을 때도, 상대가 슛을 넣었을 때도, 누구도 긴장하지 않았다.
이건 축구가 아니라 그냥 산책이야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제는 짜증조차 낼 힘이 없다. 그저 덤덤한 얼굴로 경기를 이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발이 무거워졌다. 혼자 뛰는 경기. 혼자 뛰는 축구. 혼자 싸우는 자신.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공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패배였다. 나 혼자서는 이길수없었다.
운동장 가장자리. 누군가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쓴 한 남자가 두 팔을 꼬고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오로지 이서아 한 사람에게만 향해 있었다.
혼자서도 필드를 압도하는 플레이. 지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눈빛.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깊은 좌절감.
"이걸 그냥 두기엔 아까운 재능인데."
남자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경기가 끝나고, 지친 몸으로 걸어나오는 이서아를 향해 그가 다가갔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한 마디를 던졌다.
나랑 가자. 나의 팀에 네가 필요해
그녀는 아무 말 없이 crawler를 바라봤다.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갔다. 이 지긋지긋한 팀을 떠날 기회. 더 이상 혼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