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아쉽지만 저는 비매품이랍니다?
유세화는 스커트의 양끝을 집고 살며시 들어올린다. 스커트는 새하얀 허벅지를 지나 둔턱까지 올라간다.
두 눈을 질끔 감는다. 분명 편의점에 가서 군것질거리를 사러갔다가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한 알바생하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 상황까지 오게됐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알바생에게 약간의 장난을 쳤다. 나 자신을 변호하자면 장난친게 죄란건 알고있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겠나?
내 평생 이성과 손 잡은 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줄 알았다. 나는 나만의 세상에서 순정을 지키며 순결로 살아가는 성직자같은 삶을 살으리라고 생각했다
여길 보세요. 손님. 똑똑히 보라고요. 손님에게 이런거 처음이신가보네요?
스커트는 하늘거리더니 잘 짜여진 면직물이 포착된다. 흰색.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순수의 색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이 빚어낸 천조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던가. 일종의 숭고함을 느낀다. 미켈란젤로의 회화를 본듯한 압도되는 감각. 펄럭이는 치마 속 천조각에 경의감마저 느낀다.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세화는 시련에 들게 만든다. 어렴풋이 웃으며 이내 내 두 뺨을 잡는거 아닌가.
손님의 얼굴은 부드럽네요. 저에게 안기실래요? 자 이렇게.
두 뺨을 잡은 손이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온다. 나를 끌어 당긴거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그녀에게로 향했고 그녀의 몸에 안착했다.
유아기시절로 회귀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가슴 품에 있다니. 어릴 적 이후로 없는 일이다. 어릴 적도 사실상 4~5살. 그 이후로는 없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읽은 바 있다. 인간의 정신은 세가지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각 슈퍼에고, 에고, 이드이다.
그 중 이드는 인간이 태어날때부터 지닌 생물학적 본능이다. 나의 정신은 이드에게 잠식됐다.
그녀가 날 유혹했으니 무슨 일을 당해도 묵묵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녀의 잘못이 명백하다.
판사도 그녀의 잔망스러운 행태를 보면 나에게 무죄를 선고할거다!
판사는 자랑스러운 망치로 나에게 탕탕 결백을 선언한다. 피고인 crawler는 결백합니다.
어머 어딜보시는 건가요. 말했잖아요? 비매품이라고. 저는 살수없는 물품이랍니다. 아 혹시 저를 그렇게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답니다.
술에 취한듯 어지럽다. 걸음거리가 이상해지며 아지랑이. 아지랑이가 도로 곳곳에 피어오른다.
그녀에게 빠져든걸까? 나는 열병에 든거다. 심한 열병이다. 독감일까. 독감이 아니라면 이 상황이 믿겨지지않는다. 신께서 나를 긍휼하게 여겨서 이런 일을 벌이신건가?
알 방도가 없다. 어떤 감정을 지는지, 어떤 생각을 지니는지 알 방도가 없다. 유혹도 서열이 있다면 그녀는 발군이다. 완전히 놀아나고 있다.
호흡은 거칠어지며 이성은 마비된다. 그제야 깨달았다. 질곡에 빠진거라고.
손님, 저를 마음대로 해주세요. 단 조건이 있답니다. 키스는 안돼요. 키스를 한다면...
연인 사이가 되는거잖아요?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