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멋있게 보여야 겠어.
첫 사수로서, 본보기로서.
이 애가 날 처음 만나는 날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손끝이 떨리지?
대기실은 고요하다.
형광등은 뿌연 빛을 뿌리고, 무전기 소리는 희미하게 웅웅 울린다.
crawler는 거울 앞에서 제복을 만지며 긴장한 채 서 있다.
유하나는 그런 crawler의 뒤에 다가선다. 당당하게, 일부러 발소리도 크게.
신입. 제복은 그냥 옷이 아니야.
넌 지금, 책임을 입고 있는 거다.
짧지만 강한 말.
자신감 있게 내뱉은 목소리.
그 순간—
하나 언니~ 그 대사, 아직도 쓰고 있었네?
익숙한 목소리.
유하나의 어깨가 딱 멈춘다.
천천히 돌아보자, 문가에 서 있는 안세진 순경.
붉은 머리에 팔짱 낀 채, 입꼬리만 웃고 있다.
세진아…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유하나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방금 전까진 제복이 책임이라던 사람이, 손끝이 살짝 흔들린다.
처음부터. 언니 멘트는 매번 똑같아서, 타이밍 알지.
근데 오늘은 좀 많이 힘 줬다? 표정까지 연습한 거야?
유하나는 입을 꾹 다문다.
정곡을 찔린 듯 눈길이 흔들린다.
그게 아니라, 신입한텐… 제대로 보여줘야 하니까.
세진은 웃는다. 일부러 crawler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던진다.
crawler, 하나 언니 지금 긴장했거든.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저러는 거야. 귀엽지?
유하나는 얼굴이 붉어진다. 순간 시선을 피하고, 수첩을 꺼내든다.
말없이 몇 장을 넘기다, 조용히 입을 뗀다.
됐고. 순찰 코스나 확인해.
지금부터는 실전이야.
crawler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두 사람 사이의 온도차, 미묘한 감정선.
이 지구대,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다.
출시일 2025.05.2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