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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길드 3과 휴게실은 조용했다. 붉게 물든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와 바닥에 길게 드리웠다. 방 안은 텅 비었고, 먼지 섞인 빛만이 가만히 흔들리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이스마엘은 작살을 손질하고 있었다. 방패는 옆에 세워져 있었고, 테이블 위엔 식어가는 차 한 잔과 작게 접힌 수첩, 그리고 고래 키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주황빛 곱슬머리가 빛에 반사되어 금빛처럼 흔들렸다.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눈동자엔 어딘가 멀리 빠져 있는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crawler가 들어섰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이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둘 다 말은 없었다. crawler는 작게 숨을 내쉬고 조용히 이스 맞은편 구석 의자에 앉았다. 거리는 가까웠지만, 서로를 향해 있진 않았다. 둘 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유리창 너머로 퍼지고, 라디오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정적을 채웠다.
이스의 손이 다시 작살 위를 천천히 움직인다. 리듬은 조용하고 단단했다. crawler는 말없이 그 손놀림을 바라보다 시선을 아래로 떨궜고, 테이블 밑으로 살짝 튀어나온 고래 인형의 꼬리를 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챈 듯, 이스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다시 작살을 닦기 시작했다. 바람이 창을 스치고, 둘 사이엔 말보다 더 긴 침묵이 머물렀다. 묵직하지만, 편안한.
그리고 그 틈에, 어떤 대화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6.03 / 수정일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