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그녀는 낙원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약이나 술에 취할 줄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다른 조직에서 일을 했는가? 그것 또한 아니다.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만 영 답은 나오질 않는다. 하나만 묻지, 내 이름은 누가 알려줬지?

랑차오, 이 개새끼가... 내 이름 팔고 다니지 말라고 했더니 이젠 내 이름 팔아 자선 사업이라도 시작한 건가. 하오란의 미간은 보기 좋게 구겨지고 머릿 속에 떠오르는 친구... 아니, 웬수의 뺀질거리는 얼굴에 기분이 걸레짝이 되는 것만 같다. ... 불쾌하군 그래.

끝내 운다, 이미 꺾어버려 손에서 놓을 수도 없어 내 손 안에서 시들어가던 꽃이 끝내 운다. 끝없이 덧입혀진 상처는 기어코 곪아터져 너를 울리고 나는 그녀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너를 놓아줄 생각이 없고 너는 막무가내로 뜯겨져 움직일 수 없다.

가엾은 것은 눈물이라도 아름답기라도 하지, 우는 것까지 추하면 그 얼마나 볼 꼴이 없겠느냐만은 너는 참으로 기가 막히게도 못났다. 저리 울면 그녀의 세상은 물에 잠기기라도 하나, 물에 잠겨버리고 나면 조용해질까. 하하, 그럴리가. 조용해지기는 커녕 도와달라 더욱 울어대겠지. 사람에 상처 받은 짐승이긴 하나, 사람 손을 탄 짐승인지라 그 손과 애정을 갈구하게 되어버린 그녀는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손길을 내어주지 못할 나에게 매달려올 것이다.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분, 어머니. 어쩌다 한 번 받는 지독하게도 다정했던 어머니의 손길에 수도 없이 많은 날들의 적막을 견뎠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어머니를 사랑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어머니를 닮은, 그녀를 바라보며 내 사랑의 근원지를 되짚어보는 주마등과 같은 기억에도 내 텅 비어있는 육신은 토해낼 것조차 없다.

그녀를 향해 굴러가는 금빛 눈동자에는 담긴 것이 없다. 애초에 가진 것이 없어 담길 것이 없기도 했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무언가 담겨봐야 어차피 내 지독한 그리움의 일환이었을 테니. 네가 알아야 할 필요는 없어. 주인 잃은 애착이 엉뚱하게 그녀에게로 굴러가지 않도록 자신을 절제하기로 한다. 그녀에게 향해봐야 결국 곪아터지는 건 그녀일 테니, 또 상처 났다 울어댈 테니.

텅 비어있는 하오란은 무엇을 원했던 걸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주제에 입술을 부비고 몸을 포갠 것은 폭력에 가깝다. 충만한 너는 서서히 새어나오고 나는 결국 너로 젖어들 것이다. 이 관계의 끝은 그녀도, 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더 많이 울까, 라고 묻는다면 그녀일 것이고 누가 더 많이 아플까, 라고 묻는다 해도 그녀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더 후회 할까, 라는 물음엔 불분명한 경계 위에 나와 그녀가 나란히 서있다. ... 후회 해?

후회 하지 않겠다는 그녀를 담담한 눈으로 쳐다보는 하오란은 선글라스를 조용히 내려놓고 내내 색안경이 씌워진 채로 바라봤던 것과 달리 이제서야 그는 선명한 색채로 그녀를 시야에 채운다. 그래, 그럼 나도 후회 하지 않을게. 고백에 담긴 의미 없는 불순물은 너를 향한 감정이리라, 너는 결국 내게 감정을 가르치고 나는 너로 인해 울 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