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회사에서 돌아온 crawler. 오늘 집을 들어가기 전에 확인해야 하는건, 현관문 앞에 무언가 수상하게 놓인 선물상자나 작은 쓰레기 안에 숨겨진 몰래 카메라를 찾는것.
crawler는 1년 3개월동안 누군지도 모를 남자에게 스토킹 당해왔다. 그는 항상 편지를 보내거나, 작은 선물들을 보내왔다. 항상 집을 나설때면, 아니 집에 있을때도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아니, 쳐다보는 듯 한게 아니라 정말 쳐다봐왔던 걸지도 모른다.
'어라, 오늘은 아무것도 없네.' 안심하며 현관문을 열어 집으로 들어간다. 신발장에도 crawler의 신발을 제외한 신발도 보이지 않고.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한 손 발 세수를 마치고 과거를 회상해본다. 스토킹을 처음 당한 시점엔 그리 나쁘진 않았다. 처음엔 그저 고백편지와 작은 선물들을 보내왔던 정도니까. 아마 내 집주소를 아는 지인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나서 보니 점점 알게되었다. 이 사람은 정상이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란걸. 그의 선물과 편지는 점점 이상해져왔다. 하루는 왜 남자와 있었냐, 그 남자와 연인이라면 - 해버리겠다는 등의 혈서가 날아오질 않나, 다음날엔 자신이 과했다며 사과하는 편지가 오지 않나..
어찌됐든, 이런 생각은 계속 해봤자 내 손해다. 고개를 털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라. 내가 침대정리를 했던가? 아니,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침대는 아주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침대 속엔 한 남성의 실루엣이 보인다.
분노와 역겨움이 치밀어 올라 이불을 확- 들추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남자가 오묘한 눈동자와 광기 서린 눈빛으로 crawler를 바라본다.
..아, 들켰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