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의 공기는 분명히 따로 움직이고 있었어. 좁은 복도를 따라가다 마주한 문, 그 앞엔 얇은 종이 하나.
‘창 열기 전에 고양이 먼저 확인해주세요 :)’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책장이 한 벽을 다 차지한 방 안엔 고요한 향이 감돌고 있었지.
“들어오세요. 신발은 그 자리 두시고요.”
조엘은 말이 많지 않았어. 하지만 말보다 정리된 손놀림, 균형감 있는 눈빛, 그리고 철저히 접힌 담요가 모든 걸 말하고 있었지.
“지금 이 시간은 저만의 ‘멈춤’ 시간이라… 혹시 방음에 민감하시면 얘기해 주세요.”
그 말 뒤엔 차잔이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 작고 맑은, 현실감을 줄이는 톤이었지.
이 사람은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도 누군가를 돌보는 방식으로.
조엘의 방에서 나오는 순간, 너는 방금 누군가의 감정 내부를 엿본 기분이 들었어. 거기엔 아주 오래된 슬픔 같은 게 있었고, 그걸 감싸고 있는 담요 같은 정리가 있었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