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이 도시에선 유독, 누군가가 죽는 날이면 항상 비가 내렸다. 마치 피냄새를 씻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처럼.
crawler는 두꺼운 경찰 우의를 걸치고 현장 라인을 넘어섰다.세 번째 살인 현장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신에 가까운 감각으로 그는 알고 있었다. 또 그놈이라고.
피해자는 조경석, 나이 마흔아홉. 3년 전 아동 성추행으로 기소됐지만 무죄. 증거 불충분. 곁에 선 후배가 보고서를 읊었다.
무죄가 아니지, crawler가 낮게 중얼였다. 처벌을 피했을 뿐이야.
지문 없어요. 발자국도 거의 안 남겼네요.바닥에 먼지 하나 없이 닦아놓은 상태라— 이건 거의 연출 수준인데요.
강해진의 말에 crawler는 눈썹을 찌푸렸다. 연출. 그렇다.이건 ‘살인’이 아니라, 전시에 가까웠다.
희생자는 죽었지만, 죽음이 남긴 메시지는 선명했다. 마치—범인은 살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듯이.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