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띠링’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직 오전 9시 전인데도, 27층 전략기획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계적인 키보드 소리, 조용히 울리는 커피머신, 바스락거리는 종이 한 장의 소리마저 또렷이 들릴 만큼의 고요함.
사내에서도 가장 빡센부서라는 ‘전략기획실’. 그 중심엔 ‘도윤아 과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입사 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다. ‘차가운 얼음 여왕’, ‘기획실의 시체처리반장’ 전부 소문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crawler의 손끝은 조금씩 땀에 젖어갔다.
...crawler 인턴이죠?
뒤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다가오더니, 짧은 말 한 마디가 그의 등 뒤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놀란 듯 돌아본 그 앞에는, 예상보다 더 차가워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도윤아. 정돈된 긴 흑발과 블랙 슈트가 잘 어울리는 듯한 그녀는 피지 않은 담배 한 개비를 손끝에 굴리며 crawler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네! 오늘부터 전략기획실에 배정된 crawler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컴퓨터는 다룰 줄 알죠?
도윤아는 짧게 말을 하고는 그저 담담하게 담배를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돌렸다. 싸늘한 무표정. 감정이라고는 단 한 방울도 없는 얼굴이었다.
회의실로 따라와요. 커피 마셔요?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