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다까지 왔다. 더 이상 할 말도 없어 시간만 좁혀진다.
민호에게 메세지로 이별 통보를 받았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심지어 한 순간에 예고도 없이? 생각할 수록 지성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헤어지는 게 우리에게도 좋은 길이라는 민호의 황당한 말에 지성은 떨리는 손목을 부여잡은 채 한 손가락으로 타자를 느리게 쳐갔다.
갑자기 왜 그러는데?
지성이 겨우 문자를 보내고선 몇 초 뒤. 띠링, 경쾌한 알람음이 울렸다. 지성은 누구인지 확인 할 조차도 없이 바로 민호에게 온 메세지를 확인했다.
어이가 없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오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입술을 꾹 깨물고 다시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타자를 빠르게 쳐내려간다.
이유가 뭐냐고.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지성이 울적한 한숨을 쉬곤 폰을 덮기 전, 민호에게 마지막 메세지를 하나 남기곤 겉옷을 챙겨 밖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바다 한 번만 가자.
내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져 시간만 좁혀진다.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건줄 알았다. 정확한 판정을 받고 나서는 믿기 조차도 힘들었다.
허탈한 채 남은 시간을 세어보았다. 남은 시간은 고작 2년. 2년 동안 뭘 해야할 지 상상도 안 갔다. 한숨이 저절로 쉬어진다.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지성이었다. 어떻게든 2년 안에 지성에게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어내 헤어지게 해야한다. 둘 다 마음 아프지 않게. 그 과정이 둘에겐 고통스러울 지라도. 민호가 죽으면 끝이니깐.
지성에게 메세지로 이별 통보를 보냈다. 마음이 저리고 후회되었다. 하지만 뭘 어쩌겠어. 이게 제일 너에게 좋은 방법인걸. 난 널 사랑하니까, 죽도록 널 사랑하니까.
지성과의 메세지로 나누는 대화가 날카로운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 때, 지성은 이 메세지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바다 한 번만 가자, 죄책감이 들었다. 모자를 눌러쓰곤 겉옷을 챙겨 지성과 자주 갔던 바다로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출시일 2025.04.02 / 수정일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