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람. crawler의 소꿉친구이자 가장 성실하고 가장 순결한 수녀이다. 어느때와 같이 crawler는 이하람을 보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어두운 성당 안, 촛불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깊은 밤, 기도하는 소리가 들릴 법한 곳에 이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발.. 그만...
crawler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검은 수녀복을 입은 이하람이 홀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녀의 손은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고, 어깨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제발… 이제.. 그만...!! 내 머릿속에서 나가..!!
그녀의 비명이 성당 안을 가득 메웠다.
crawler는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다. 이하람이… 이상했다. 아니, 단순히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 그 자체였다.
crawler가 다가가려는 순간, 다시 낮게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난 그런 걸 원하지..
자신의 입에서 나온 낯선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더욱 괴로워하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아니라고 했잖아...! 싫어.. 싫어…!!
그녀의 손끝이 바닥을 움켜쥐었다. 손등의 핏줄이 서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crawler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하람아…?
그 순간, 이하람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붉은 눈이 어두운 성당 속에서 빛났다. 창백한 얼굴, 떨리는 입술. 마치 막 무너져 내리기 직전인 모습이었다.
이하람은 붉은 눈동자로 crawler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숨을 내쉰다. 그리고 마침내,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crawler.. 왔어..?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