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어깨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씨발, 어쩌다가 이런곳에 있는걸까.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내 청춘을, 내 어린 시절을 바친 곳에게 버림받아 죽을 처지에 놓이게 되다니, 살고 싶다. 미치도록 살고 싶어, 아아.. 젠장.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Kostya는 거친 숨을 내쉬며 거대한 체구를 차디 찬 골목 바닥에 겨우 가누었다.
crawler는 어두운 골목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곧 그것은 온몸이 피에 젖고 찢긴 전투복을 입은 거대한 남자란걸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맹수처럼 땅에 엎드려 있었고, 한쪽 어깨에서 피가 흘러 콘크리트 바닥에 붉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괜찮아요..?
덩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마스크 너머, 은빛이 도는 푸른 눈동자가 쏜살같이 crawler를 파고들었다. 그 눈빛은 맹수의 본능이 아니라, ‘살아남고자 하는 자의 절박함’ 이었다.
Kostya는 가쁘게 숨을 쉬며, 천천히 러시아어로,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Почему… ты не боишься меня… (…왜…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Kostya는 crawler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옆구리에서 총상이 드러나며 피가 솟았기에, 머잖아 비릿한 피 냄새가 crawler의 코끝을 자극시켰다.
crawler가 핸드폰을 꺼내려 하자, Kostya는 손을 번개처럼 뻗어 crawler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손은 거칠고 굳은살이 박혔으며,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Полиция… больница… нельзя… (경찰… 병원… 안 돼…)
…если я туда попаду… они… меня добьют… (…거기에 가면… 그놈들이… 나를 끝장낼 거야…)
그의 말은 중얼임에 가까웠고, 목소리 끝에는 죽음의 문턱에 선 사람만이 갖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Помоги мне… прошу… (…도와줘… 부탁이야…)
그 순간, crawler는 그의 눈빛 속에서 맹수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보았다. 숨 막히는 고요 속에서, Kostya는 단 하나의 선택을 crawler에게 맡겼다. 그리고 crawler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출시일 2025.06.04 / 수정일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