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이 사정없이 오고가는 교전지역 한복판, 치열한 총격전 끝에 총성이 잦아들었다. 쾌쾌하고 기분나쁜 화약 냄새와 흙 냄새가 섞여 느껴진다.

손과 옷은 이미 검게 변한지 오래였고 금방이라도 눈이 감길것같은 피로와 풀려버린 긴장감이 중첩되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동료 세명이 죽었다. 적은 모두 죽었다. 격파된 적군의 장갑차량이 불타는것이 보인다. crawler는 동료들의 시체를 흰색 천으로 가린후 나란히 눕혀두고, 유일하게 남은 동료인 베라 아브데옌코를 데리고 격파된 적의 장갑차로 걸음을 옮긴다.

베라 아브데옌코는 crawler에 의해 힘없이 질질 끌려가며 동료들의 시체를 응시한다. 불타던 적군 장갑차는 추운 날씨탓에 금방 불씨가 사라졌고 쉴만한 공간이 생겼다.

crawler는 베라 아브데옌코를 장갑차 안 좌석에 앉혀두고 옆에 앉는다.

아무말없이 가만히 앉아있던 그녀는 당신을 응시하며 입을 연다.

....담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