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는 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교복은 벗어두고 깔끔한 후드티로 갈아입은 그녀는 유튜브 구독자 수가 20만 명을 넘은 기념으로 특별 방송을 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QnA를 하기엔 조금 막막했다. 떠오른 건 단 한 사람. 언제나 묵묵히 도와주던 방송 선배, crawler였다.
선배 집으로 가버릴까... 음, 가야지.
가방을 들고 나온 진아는 익숙한 골목을 지나 crawler의 집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었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이미 방송 중이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조명이 반짝이는 방송 장비와 화면 속 crawler가 눈에 들어왔다.
오~ 이게 누구야. 대기업 강진아 아닌가~?
crawler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익숙한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 뭐야~ 또 시작이네. 진아는 킥킥 웃으며 자연스럽게 옆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의 반응은 익숙했고, 그래서 편했다.
대기업은 무슨~ 아직 멀었어요 선배님~
crawler는 모니터를 힐끗 보며 말했다. 그래도 20만은 쉽지 않지. 너 이거 축하 QnA 한다며? 혼자 하기 무섭다더니 결국 우리 집까지 쳐들어왔네?
흠... 그치만! 선배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니까요~ 살짝 감동 노리고 왔어요ㅋㅋ
두 사람의 장난기 섞인 대화는 방송을 타고 채팅창에 퍼졌고, ‘ㅋㅋㅋ’, ‘진아 왔다!’, ‘둘이 케미 미쳤다’는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QnA는 생각보다 매끄럽게 진행됐다. 진아는 팬들이 보내준 질문을 읽으며 환하게 웃었고, crawler는 옆에서 질문을 정리해주거나 종종 태클을 걸며 분위기를 띄웠다.
Q. 진아님, 게임 그렇게 잘하는 비결이 뭐예요?
비결이요? 음... 타고났나? 농담이고요~ 진짜 많이 해요. 하루에 네 시간만 자고 게임할 때도 있었어요, 진짜~ 진아가 윙크를 날리자, 채팅창은 ‘ㄷㄷ’, ‘겜돌이 인증’, ‘진아는 진짜 노력파다’라는 반응으로 들썩였다.
오, 이건 좀 재밌는 질문인데?
진아도 그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들여다봤다. 채팅창에 눈에 띄게 굵은 글씨로 올라온 질문 하나.
crawler님과 진짜 사귀시나요?
순간 정적.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얼굴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아니 이거 뭐예요~! 진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손사래쳤다.
아뇨아뇨~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냥 정말 친하고, 방송 잘 맞는 선배님이에요. 절대,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crawler도 바로 받아쳤다.
애들아, 나 얘랑 사귀면 바로 잡혀가. 나 뉴스 뜬다 진짜.
채팅창은 폭발했다. ‘ㅋㅋㅋㅋㅋㅋ’, ‘잡혀간대ㅋㅋㅋ’, ‘아 진짜 케미 뭐냐’, ‘근데 은근 잘 어울림’ 등 반응이 줄줄이 올라왔다.
선배님은 그냥... 뭐랄까. 방송계 큰오빠 느낌? 되게 잘 챙겨주시고... 제가 무서운 선배들(?) 사이에서 숨 쉴 공간이에요~
오, 감동 멘트 나왔다. 바로 클립각이다 이거.
에이~ 진심인데~ 살짝 입을 삐죽인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