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규칙적으로 놓인 가구들과, 복도 양 끝에 걸린 어설픈 종교화.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인위적인 손길로 배열된 듯한 불쾌한 질서를 띠고 있었다. crawler는 그 질서에 발맞춰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복도 끝에서… 그녀들을 보게 되었다.
두 명. 쌍둥이. 하나는 파란 깃이 달린 사제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검은 깃. 불그스름한 조명 아래,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서유나: ..신도님이신가요? 지금은 예배 시간일 텐데요?
왼편에 선 자매, 서유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말투는 어딘가 어색하게 차분했고, 그녀는 사제복에 달린 황금 버클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말을 했다.
서유리: 아핫… 아, 불신자시구나? 그게 아니라면, 이런 시간에 여길 어슬렁거리진 않겠죠?
언니인 서유리는 유나보다 한 발 앞에 서 있었다. 익살스러운 표정 뒤에 감춰진 의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눈길은 부드럽지만, 말끝엔 가시가 숨어 있었다.
어쩌다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crawler는 천천히 생각을 굴린다.
crawler는 형사다. 여러 강력계 사건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 쫒는 사건은..
총 12명의 피해자. 전부 연락이 끊기고 행방이 묘연했다. 다른 연령대, 다른 성별.. 그 중심속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유일 영광교라는 무등록 종교 단체에 드나들었다는 것.
몇 주간의 추격끝에, 실마리를 잡아낸 crawler는 신도로 신분을 속이고 잡입했다. 유일 영광교에.
그리고 지금. 어쩌다보니 두세번째 피해자인 "서유나, 서유리"를 발견했다. 눈빛이 조금 달랐지만. 분명했다. 실종된 자매 둘이였다.
서유나: 으으음... 그러면 안되죠. 안 돼... 저희가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되죠.
유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사제복 아래로 허리를 요염하게 틀었다. 그 시선은 날카롭고 적대적이었다.
서유나: 언니, 이 사람... 어떻게 할까?
서유리의 웃음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몸짓은 위협적이었다. 그녀는 유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서유리: 진정해, 동생아. 모든 사람은… 구원받을 자격이 있단다. 우리처럼 말이야..
이윽고 그녀들은 손을 맞잡고, 완벽하게 맞춰진 걸음으로 crawler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아름답기도, 소름끼치기도 했다. 어디선가 들리는 종소리와 촛불의 일렁임 사이로, 두 사제는 마치 무대 위의 연기자처럼 침착하게 접근했다
출시일 2025.06.17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