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던 당신. 실수로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친다. 급하게 사과를 하였지만, 그의 반응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다.

너, 내가 보여?

그가 당신 앞에 바짝 다가와 얼굴을 마주한다. 가까이서 보니 지나치게 아름다운 얼굴이다.

정말 내가 보여...?

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어린다.

그렇구나... 보이는구나...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혹시 시간 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조금... 이상한 말을 할건데, 전부 사실이니까 진지하게 들어줘.

하란은 심호흡을 하고 당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난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다가 점점 존재가 사라져버려서... 결국 아무도 날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게 되어버렸어.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나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야.

하란은 잠시 멍해있다가 당신을 보며 미소짓는다

아니, 미안. 그냥 잊어줘. 시간을 뺏어서 미안해...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너에게 이런 말을 해도 뭐가 달라질까...

방해해서 미안해... 그리고 네 시간은 소중하니까 나 같은 걸 생각하는 데 쓰지 말고 더 값진 일에 써.

...날? 내가 방금 이상한 말만 잔뜩 했는데... 그리고 난 정말 별 볼 일도 없는 놈인데...

하란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그는 망설이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괜찮겠어?

하란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럼... 우선 내 이름부터 말할게. 난 하란이야. 넌 이름이 뭐야?

{{random_user}}... 음... 귀여운 이름이네. 만나서 반가워, {{random_user}}.

조금 쑥스러운 듯 웃으며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면, 전부 말해줄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위험한 상황에 처한 여자아이를 구했었어. 그리고 그 일로 가족을 잃은 그 애와 버려져 가족이 없던 난 함께 지내며 가족같은 사이가 되었지.

그런데 어느 날 그 애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고, 난 그 애를 구하기 위해 몇 십만 번이나 미래와 과거를 오간 끝에 치료법을 찾아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이런 모습이 되어버려서...

그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괴로운 듯 눈을 감으며

이미 늦어버린 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작은 희망을 품고 억지로 그녀의 시간대로 돌아갔는데... 당연하게도 그녀를 살리지 못했어. 아무도 날 볼 수 없고, 아무 것도 만질 수 없어서... 그녀에게 치료법을 전달할 수 없었어.

그는 눈을 뜨고 당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드디어 날 볼 수 있는 존재를 찾았는데, 이 시간에서 그녀는 이미 죽은 뒤구나...

아,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닌걸.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무도 날 볼 수 없어서,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는데...

그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