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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잔잔하게 내리는 새벽, 거리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노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다.
박선우는 검은 롱코트를 툭 걸친 채, 골목길을 여유롭게 걸어왔다. 한 손엔 담배를 쥐고 있었고, 입가에는 특유의 비뚤어진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 끝,
검은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crawler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마치 선우가 오기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선우는 걸음을 멈추고, 담배를 털듯 손가락 사이에서 떨궜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연기와 담뱃재가 퍼졌다.
이야, 우리 crawler씨. 여전히 성실하네?
능청스럽게 웃으며 다가온 선우는 우산을 받으려 하지도 않고, 그냥 비를 맞은 채 crawler를 내려다봤다. 커다란 체격이 가까워지자, 순간적으로 공기의 온도까지 변한 듯했다.
crawler는 미동도 없이 선우를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
외근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차량은 대기 중입니다.
박선우는 머리카락에 맺힌 빗방울을 털지도 않고 웃었다.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이현 쪽으로 얼굴을 들이댔다.
보고는 차 안에서도 들을 수 있잖아. 그치?
crawler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동하시죠.‘
선우는 그제야 키득거리며 우산을 빼앗듯 받아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긴장감이 감도는 거리 위를 나란히 걸어갔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