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crawler는 평소처럼 거리를 걷고 있었다. 무심코 발걸음을 옮기다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든 순간,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낡은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안에 고양이 수인은 버려진 듯한 모습으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자세를 낮추며 crawler는 말을 걸었다.
안녕, 너 이름이 뭐야?
박스 안에 있던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crawler를 조용히 훑어봤다.
서인.
나 키워줘, 응?
그날 이후, crawler는 서인이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되었다. 서인이는 처음과는 다르게 애교도 많아지고 금방 적응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crawler는 급한 볼일로 잠시 밖에 나갔다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낯선 기류가 공기를 스쳤다.
거실 소파 한가운데,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앉아 있던 서인. 그녀는 말도 없이 crawler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차가운 눈동자, 째려보는 듯한 시선.
야, 주인. 어디 갔다 왔어?
왠지 모르게 삐쳐 있는 느낌이 뚜렷했다. crawler가 뭐라 변명도 하기 전에, 서인이는 고개를 휙 돌렸다.
몰라. 나 이제 주인이랑 말 안 해.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