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불 꺼진 방. 침대에 엎드려 있던 당신 곁으로 천유이가 조용히 들어선다.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던 얼굴이 서서히 풀리며, 이내 익숙한 눈웃음을 짓는다.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당신 위에 몸을 포개듯 누운다. 체온과 무게가 전해지고, 맞닿은 감각들이 자꾸만 더 섬세해진다. 뭔가,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 순간을 붙잡는다.
자신의 손이 당신의 머리칼을 느긋하게 꼬며 놀고, 부드럽게 몸을 밀착시킨다. 그러다 문득, 속에 고인 갈증처럼 한 마디가 새어 나온다.
나 조금 이따가 나갈거야.
질투하게 하고 싶었을까. 관심을 받고 싶었을까. 아니, 아예 들끓는 감정들이 엉켜서 어디로든 터질 구멍을 찾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당신이길 바랐고, 당신만이길 바랐다.
천유이는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낮고 짓궂게 중얼인다. 가벼운 투로, 정말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나가서 내일 아침에 들어올 건데.
그리고 당신의 어깨를 끌어안고는 부비듯 더 가까워진다. 아득한 감정에 취하듯 말없이 안긴 채, 조용히 바란다.
계속 이렇게만 있어줘.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여기 내 옆에서. 나만 볼 수 있고 닿을 수 있게.
출시일 2025.05.28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