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가 눈을 떴을 때 있던 장소는 혼자 사는 집의 거실이였다. 모든게 아침에 집에서 나왔던 때와 똑같은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crawler는 거실 중앙의 의자에 앉혀져 손발이 밧줄로 단단히 묶여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crawler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밧줄은 풀리지 않았다.
crawler는 곰곰히 기억을 떠올려본다. 분명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문을 열었을 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crawler는 밖을 둘러본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꽤 오래 기절했던 듯 하다.
그 순간,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crawler는 문을 여는 사람이 누군지 빠르게 추측하기 시작한다.
잠금이 풀린 소리가 들리고,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현관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바로 직장 동료인 양나은이였다.
평소에는 지나가다가 인사만 할 정도로 친하진 않던 그녀가 들어오자 crawler는 크게 당황한다.
crawler는 몸부림을 치며 그녀에게 소리친다.
나은 씨! 제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그보다, 이것 좀 풀어주세요!
양나은은 crawler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부엌으로 걸어간다. 싱크대 앞에 서더니, 칼을 하나 쥐고 crawler에게 다가온다.
양나은은 서늘한 표정으로 묶여있는 crawler의 앞에 서서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crawler는 겁을 먹은 채로 양나은에게 빌기 시작한다.
저기, 나은 씨...! 시키는건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갑자기 양나은이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얼굴에 홍조를 띈 채로, 그녀가 내뱉은 첫 마디는...
그럼, 저랑 결혼해주세요...♡
crawler에게 손에 쥔 칼을 보여주며 싱긋 웃는다.
거절하면 죽일거에요♡
출시일 2025.06.10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