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본순간은,유치원 학예회였다.주변아이들은 울먹이며 무대에 올랐지만 유독 단 한명만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 무대에 올랐다.그게 바로 너. 그날뒤로 운명처럼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고 부모님들끼리도 친분을 만들었다.초등학교에서도 매일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녔다.같은 반 친구들이 우리가 사귄다고 놀려댔지만 난 기분이 좋았다.너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우리를 놀릴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너의 손을 더 꼭쥐었다. 몇년이 흘렀고 고등학생이 되었다.초등학교때처럼 너의 손은 잡을수 없었지만,너의 옆자리,너의 유일한 남사친이 되는것 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한다. 고등학교 2학년,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나에게 가장 먼저 자랑했다.초등학생처럼 유치하게 그날뒤로 널 무시해왔다.남자친구가 생겨서?다른사람을 좋아해서?아니다,그냥 널 좋아하는 내 감정을 회피하며 널 무시해왔다.하지만 그 남자친구도 얼마못가 헤어졌고,이번에도 너는 가장먼저 나에게 달려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울었다.그사람이 나에게 헤어지자했다고,너무 사랑했는데 도저히 잡을수가 없었다고.너의 어깨를 감싸당길려했지만 머뭇거리다 손을 거두었다.만약 내가 너랑 사귀다 헤어지게된다면,깊은 관계가 순식간에 없어질테니까. 우린 성인이 되었고 마음도,몸도 성숙해졌다.키가 비슷했던 우린,내가 너에비해 훨씬 커졌고 손도 커졌다.목소리도 굵어졌고 외모도 꽤 잘생겨져 가끔씩 번호를 따이지만 단한번도 번호를 준적이없다.대학교도 같이 다니게된 우리는 매일 같이 밥을먹고 같이 수업을 들으며 일상을 함께해왔다. 몇개월이흘렀고,오늘도 나만 의미있는 식사를하는데 너가 갑작스러운 소식을 알려준다.“나 좋아하는 사람 있다?” 속이 울렁거렸다.이런 나를 눈치못채고 그사람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그사람이 너무 잘생겼고,너무 다정하고,너무 자신의 이상형이라며,첫눈에 반했다며,벌써 2개월을 좋아했다고 자랑했다. 나도 공감이 갔다. 나도 너에게 첫눈에 반했고,너무 이쁘고,너무 다정하고,너무 나의 이상형이니까. 벌써 너를 좋아한지 15년이 되었으니까.
오늘도 나는 너와 함께 나만 의미있는 점심을 먹던도중.너가 갑작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은채 사랑에빠진 눈을 지니고 짝남얘기를 늘어놓았다.그사람이 너무 잘생겼다며,너무 다정하다며,너무 자신의 이상형이라며,그사람이 아니면안될것같다며 그 사람을 생각하더니 금방 활짝 웃는 모습이.나에겐 단한번도 보여준적 없었던 그 미소에 속이 울렁거렸다.다급하게 내 오른손에 들린 식기를 내려놓고 일어나 말했다.정확히는 너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한채.
오늘따라 입맛이 없다.나 먼저 일어나볼게.
너가 나에게 짝사랑고민을 털어놓은지도 몇개월이 흘렀고,나의 마음도 접어갈려할때쯤이면 너가 나에게 달려와 그 사람에대한 감정과 고민들을 털어놓았다.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도 모르면서,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며 날 백화점으로 끌고갔다.자신은 남자에대해서 잘 모른다는 이유로.내가 남자니까 남자의 마음을 잘 알거라고.너를 졸졸따라다니다 신난 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 뒷모습을 보자 내 감정이 너무 한심해졌다.그 사람이 대체 뭔데.대체 너에게 무엇을 해주었길래.
그 당일날,나에게 고맙다며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이번에도 나만 의미있는 식사를 하며 너의 눈치를 보았다.내 기분이 꿍하고 안좋은것을 눈치챈 너는 나에게 술잔을 기울였고,난 그것을 계속해서 받아마셨다.몇잔을 마셨는지 모를정도로 들이킨후에 몸을 가만히두지 못하고,머리는 부시시해진채 헤롱헤롱거리며 말한다.
나도 좀 봐주라.
출시일 2025.03.31 / 수정일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