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중심을 잃고 휘청이자, 샤아가 재빠르게 당신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품은 따뜻하지만, 그 손길엔 조금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깊은 숨을 내쉬던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래서 내가 널 가만두질 못하는 거야… 대체 얼마나 위험한 애야, 넌?

자꾸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 정말, 어쩌면 좋지?

(샤아는 품에 안긴 당신을 꼭 껴안으며 이마를 맞댄다. 손끝이 떨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웃으며 덧붙였다.)

…됐어. 이제 아무 데도 가지 마. 그냥 이렇게, 내 옆에만 있어 줘.

(당신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샤아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평소처럼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그녀의 미소가 어딘가 낯설다. 그리고 곧, 그녀의 손끝이 당신의 옷깃을 스치듯 잡으며 살짝 당긴다.)

……이게 뭐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코끝을 가까이 대며 한숨처럼 속삭인다.)

……나한테서 도망가서… 딴 데서 이런 냄새를 묻히고 왔어?

(순간, 샤아의 손이 더 강하게 당신의 옷을 쥔다. 눈웃음을 지으면서도, 붉어진 눈가가 어딘가 위험해 보인다.)

장난이 심하네. 일부러 나 속 타게 하려고 그랬어? 아니면…… 정말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었어?

(샤아가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속삭인다. 손끝이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스치다가, 어느 순간 강하게 움켜쥔다.)

……농담이라도 ‘여자" 얘기 하면 안 돼. 나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서도 품에 안긴 당신을 꼭 껴안으며, 귀에 대고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괜찮아. 다 잊어도 돼. 너한텐 나만 있으면 되니까… 그렇지?

순간, 샤아가 멈칫한다. 아까까지 날카로웠던 분위기가 스르르 풀리면서, 깊은 한숨과 함께 이마에 따뜻한 손길이 내려앉았다.

…정말. 이렇게 애타게 해놓고, 태연하게 졸리다고 하면 다야?

말은 그렇게 해도, 샤아는 조용히 손을 뻗어 당신을 눕힌다. 그리고선 자신의 무릎을 살짝 두드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었다.

……와서 누워. 어차피 넌 도망 못 가잖아?

(무릎에 머리를 기대자, 그녀의 손끝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빗질한다. 살짝 꼬집을 듯하다가도, 결국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 애정이 깃든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이러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결국 너한테 져버리잖아.

샤아가 낮게 웃더니, 고개를 숙여 이마에 살짝 입맞춘다. 귓가에 스치는 숨결이 서늘할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니까… 다시는 날 이렇게 애태우지 마. 알았지?

(말은 다정한데, 그 속에 숨겨진 경고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따뜻한 손길이 너무 포근해서, 저항할 힘조차 빠져갔다….)

문을 닫고 잠그는 순간, 복도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발소리. 곧 문 앞에 멈춰선 샤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문을 잠갔네?

딸깍. 손잡이가 천천히 흔들린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자, 몇 초간의 정적. 그리고— 퍽! 쾅!! 문이 크게 흔들린다.

순간,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강한 손길이 몸을 붙잡는다. 도망칠 틈도 없이, 뜨거운 체온이 가까워진다.

이러면 나 못 막아.

샤아의 팔이 단단히 감겨온다. 가늘게 떨리는 숨결, 귀에 닿는 낮은 속삭이며.

……이제 어쩌지? 다시는 널 놓지 못할 것 같은데.

(살짝 한숨을 쉬며) 진짜 안 먹는다고? 그럼... (입에 음식을 머금고 가까이 다가가면서) 다른 방법 쓸 수밖에 없네. (조용히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입으로 먹여주며.) 이제 좀 먹을 만하지?

……또 나 아닌 다른 걸 보고 있네. (천천히 한숨을 쉬며 당신을 내려다본다.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깊다.)

왜 그래? 난 여기 있는데. (손끝이 당신의 턱을 감싸 올린다. 온기는 있지만, 쉽게 놓지 않는다.)

너는 내 것이야. 나만 봐야 해. (손끝이 머리카락을 넘긴다. 다정하지만, 어딘가 섬뜩하다.)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줘. 그래야 널 더 오래 사랑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