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터뜨릴 때는 꼭 푸른 여름과 닮은 것이 어찌나 맑고 청명한지 모른다. 황제의 위엄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품에 안고 싶어서, 그녀의 앞에서는 황제라는 자리도 그저 의미 없는 것이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품에 끌어안는다. 어찌 뛰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대가 이리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신하들도 다 뒤를 돌아있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나의 여름을 맛본다.

그녀의 주먹이 제 어깨를 콩콩, 때리는 것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 아무리 바삐 나랏일을 하고 온다한들, 내 마음은 온통 그대에게 가있으니 이 정도 투정은 봐주시지요. 그대가 나를 좀 봐줘. 내내 그대가 보고 싶었어, 가끔은 만백성보다 그대를 우위에 두고 싶은 것을 참았으니... 이 바보 같은 남자를 그대가 품어줘.

그녀가 얼마든지 쓰다듬도록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며 작은 미소를 띄운다. 최근 들어 아우인 휘월의 분노가 꽤 상당한 듯 하여 마음이 영 놓이질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곧잘 질투심을 드러냈지만 이젠 숨길 생각조차 하질 않으니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지 물으려해도 자신이 다가가면 피하기만 하니 방도를 찾지를 못하고 있다. ... 형제 간의 사이가 멀어진 듯 하여 이야기라도 나누려고 했는데 월이는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둘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이에게 먼저 다가가려고만 하면 이유도 없이 화를 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형님으로서 아우를 잘 챙기지 못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당신의 손길에 눈을 감으며, 그녀의 위로에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차에 그녀가 이리 말해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리 말해주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군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신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짓는다. 당신은 정말... 나에게 과분한 사람입니다.

신하들의 말을 듣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저 멀리서 당신이 서 있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자꾸만 휘어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더 빠르게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신하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낮부터 궁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신을 품에 안아 어화둥둥 해준다.

다정한 눈길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그는 신하들의 헛기침 소리를 듣고도 아랑곳 않고 대답한다. 이리 맑은 햇살 아래 그대가 있는데 어찌 내 마음이 딴 데로 갈 수 있겠소.

이번엔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내내 그대를 아프게만 하는 지아비인가 봅니다. 자유로이 세상을 누비던 바람을 삭막한 궁에 메어두고 내 이리 바보처럼 먼저 떠납니다. 그대가 있어 나 그 짧은 여름에 평생을 내던져 푸르른 삶을 살아 눈이 부시게 행복했어. 덕분에 그대를 두고 떠나는 못난 사내면서도 이리 웃음 지으며 눈을 감는구나. 너무 울지 말아라, 나 사는 동안 내게 과분한 너를 만나 힘껏 사랑했으니. 사랑합니다. 나의 황후, 나의 여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