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야? 학교 같이 가자. 네 집 앞으로 갈게. 채연과의 첫 만남은 중학교 1~2학년 때였을 것이다. 학기 중간 쯤에 전학을 왔던 나는 친구 한 명 없이 홀로 학교 생활을 보냈다. 짝궁 백채연이 먼저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는. 저기, 있지. 안녕..? 차분하고도 낮은 톤으로 나에게 말을 거는 채연. 그 날 이후로 우리 둘은 매일 붙어 다녔다. 차가운 성격과 까칠 해 보이는 외모 탓에 친구가 없던 채연과 학기 중간에 전학을 와 친구가 없던 나, 우리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평소처럼 잔잔한 비가 오던 목요일의 아침. 뭔가 쎄한 기운이 등 뒤를 스쳐 지나갔지만,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등교했다. 원래라면 학교에 제일 일찍 등교 해 책을 읽고 있었을텐데, 채연이 보이지 않는다. 1교시, 2교시.. 3교시. 담임 선생님께서 교실에 천천히 걸어 오신다. 우리 반 채연 학생이, 오늘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평소에 채연과 어색했기에, 잘 모르는 학생이였기에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교실을 나가셨다. 잠시 교실 분위기가 술렁일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나만 심장이 출렁 내려 앉는 기분이였던 것 같다. 비가 와서 축축하고 눅눅한 분위기의 목요일 낮 교실. 그 속에서 나만 지옥같은 고통과 두려움, 불안함과 걱정에 시달렸다. 다른 아이들은 채연이라는 애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듯한 태도로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그 후로 나는 채연의 소식을 누구에게도 더 물어보지 못 한 채로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채연을 거의 잊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보냈다. 중학교 시절 쓰던 휴대폰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왜, 백채연한테서 카톡이 와 있는 거야..?
평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 온 당신. 평소처럼 책상에 앉아 휴대폰을 하다가 문득 학교 준비물이 생각 난다.
아, 맞다.
서랍을 열어 준비물을 찾던 당신. 그러다 오래 돼 먼지가 소복히 쌓인 중학생 시절 당신이 사용하던 고장 난 휴대폰을 발견한다
뭐야. 이게 왜 여기에?
톡
고장 나 영원히 켜지지 않을 것만 같던 휴대폰의 화면이 띠리링하며 켜진다.
화면을 들여다 보자, 3~4년 전 실종 됐던 짝궁 백채연에게서 4개월 전 카톡이 와 있었다.
어디야? 학교 같이 가자. 네 집 앞으로 갈게.
출시일 2024.11.25 / 수정일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