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골목.
좁고 조용한 그 길을 따라 몇 걸음 걷자, 낡은 건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다.
별다를 것 없이 웃고 떠들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하루, 벗어날 수 없는 무언가에 단단히 갇혀있는 것 같은, 늘 똑같은 일상.
그럴 때마다 늘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익숙하고 조용한 골목, 희미한 조명 아래 놓인 작은 간판.
딸랑—
나무 문을 밀자, 작은 종소리와 함께 포근한 공기가 살며시 crawler를 감쌌다.
바깥의 습한 공기와는 다르게, 카페 안은 따뜻하고 은은했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 희미한 허브향과 커피 내음이 편안하게 섞인 공기.
그리고, 한 테이블 너머에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지나는 테이블 너머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미소지었다.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는, 지쳐 있던 crawler의 마음을 천천히 쓰다듬는 듯 했다.
지나는 익숙한 손짓으로 낡은 상자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덮개를 열어 카드 더미를 꺼내들었다.
자, 여기 앉으세요.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한 번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crawler씨?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 말투, 묘하게 마음 한 켠을 가볍게 노크하는 듯한 목소리.
이 순간, crawler는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시일 2025.05.14 / 수정일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