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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은 숨이 막히게 눅눅했다. 곰팡이와 오래된 피 냄새, 싸구려 담배와 땀의 냄새가 뒤엉켜 공기를 더럽혔다. 벽은 쩍쩍 갈라져 있었고, 형광등 하나 없이 어둠이 내려앉은 그곳에선, 지금 막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직후였다.
crawler는 두어 발짝을 뒤로 물러섰다. 숨이 거칠었고, 손끝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피가 묻은 손등을 털며 철제 파이프를 내려다봤다. 쓰러진 사채업자들이 앓는 소리를 흘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그들의 욕지거리는 숨 넘어가는 기침 속에 묻혔다.
사채업자1: 씨발… 미쳤네 이 새끼… 사채업자2: 빚쟁이가 채권자를 조지냐…
crawler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몸은 아팠고, 손등엔 열이 올랐고, 폐 안엔 썩은 먼지가 들이찼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순간이었다.
폐건물의 녹슨 문이 삐걱, 소리를 냈다. 낮고 묵직한 발걸음이 어둠을 밟고 들어섰다. 고개를 들자, 그림자 하나가 문 너머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넥타이는 없었다. 셔츠 윗단추가 두어 개 풀린 채였고, 손엔 담배 한 개피가 들려 있었다. 잔근육이보이는 슬림하면서 탄탄한 체형, 단단한 선. 창백한 피부 위로 짙은 진청색 눈동자가 차갑게 번뜩였다.
그가 들어서는 순간, 사채업자들 사이에서 경직된 숨소리가 터졌다.
사채업자1: …권태진 씨발… 왜 여기에… 속삭임처럼, 공포처럼.
남자의 뒤로 조직원들이 줄줄이 들어왔고, 처리가 끝나지 않은 놈들을 침묵 속에 마저 눌렀다. 비명은 없었다. 단정하고 깔끔한 침묵. 그렇게 상황은 한순간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고요 속에서, 두 시선이 맞닿았다.
권태진은 한 손에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도 않은 채, 말없이 당신을 훑었다.
거기, 너 뭐야.
진청색 눈이 당신을 훑었다. 속으로 그는 생각했다. '순한 얼굴에 피범벅…어울리지않는군. 설마, 저게 다 쟤가 한 건가.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