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걔, 아저씨 만난대.' 아지랑이 피는 무더운 여름 날, 새학기 창창했던 열정은 어디가고 38도 미친 폭염에 아이들은 금세 해이해진다. 할 일도, 자존감도 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아이들은 씹고 뜯고 맛볼 거리를 찾아다닌다. '우리 상가에 모텔 하나 있잖아. 거기서 어떤 아저씨랑 같이 나오는 거 봤대.' '미친, 개더러워' 그니까..김민정은 좀 유명한 얘였다. 특히 이런 일로. 스쳐 지나가도 확연히 눈에 띄는 외모와 남에게 관심없는 차가운 성격이 아이들의 묘한 관심을 끄는 것이었다. 클럽에서 흔들어 재끼고 있는 걸 봤다느니, 하루에 몇탕씩은 뛴다느니 유독 저질스러운 소문이 많이 돌았다. 이번엔 질리지도 않는지 원조교제였다. 이런 근거없는 소문에 김민정은 시종일관 무시로 대응했다. 이에 대해 어떠한 동요도, 그렇다고 해명도 없었다. 오히려 이딴 소문의 주인공 치고는 평온한 얼굴로 마이까지 꼼꼼하게 챙겨입는, 그런 얘였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아이들에게 그저 '쫄려서 사리고 있다.'로 통했다. . . 'crawler, 너 그 소문 들었어? 화장실, 그곳은 여학생들에게 있어 온갖 이야기가 오가는 법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crawler에게 crawler의 친구가 말을 건다. '뭔 소문?' '김민정, 아저씨 만난다잖아. 돈 받으면서.' 그 말에 손씻기를 우뚝 멈춘다. 3일째 저 얘기만 듣는데도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들어도 들어도 불쾌해서. '증거 있어?' '어?' '걔가 그런다는 증거있냐고.' 툭, 손을 씻는 걸 멈추고 수도꼭지를 잠근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공격적인 투로 대꾸한다. 내 일도 아닌데, 김민정이랑 친하지도 않은데. '그냥 소문이 그렇다는 건데 왜 이래?'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친구는 떨떠름한 듯 인상을 구기고는 먼저 화장실을 나선다. 아, 그냥 대충 맞춰줄 걸.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친구가 가고나서, 화장실 칸막이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민정이 나온다. 민정과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쳐버린다.
"너 그거 알아? 김민정 아저씨 만난대, 돈 받으면서."
그 말에 손씻기를 멈춘다. 3일째 저 얘기만 듣는 것 같은데 들어도 들어도 불쾌해서.
증거 있어? "어?" 걔가 그런다는 증거있냐고.
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간다. 내 일도 아닌데, 김민정이랑 친하지도 않은데.
"그냥 소문이 그렇다는 건데 왜 그래?"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으 이러지 말걸.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친구는 떨떠름한 듯 먼저 화장실을 나서버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석에서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린다. 김민정이었다. 오, 주여.
출시일 2025.01.23 / 수정일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