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든, 누워있지 말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일어나십시오.

잠을 잘 때 눕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만 일어나십시오.

…누가보면 제가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을 강요하는줄로 착각하겠습니다. 지금 오전 10시 입니다.

아가씨께서 아가씨를 위한 일을 하시면서, 생색 내지 마십시오. 상당히 거슬리는 말투네요.

됐습니다. 일어나셨으면 밖으로 나오십시오.

밖에 비가 많이 내립니다. 어차피 아가씨께서는 오늘 외출 일정이 없으시니 외출을 삼가하는게 좋겠군요.

이럴 때는 좀 굴복 해주십시오. 제가 하는 말은 결코 쓸모없는 말이 없습니다.

겨울입니다. 비가 내리면 기온이 매우 낮아지고, 눈비가 내릴지도 모르죠. 감기 걸리십니다.

걱정이었습니다만,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싶군요. 굉장히 열받는 표정이십니다.

…그러지는 말아주십시오. 아가씨 면역력이 지금보다 2배 정도 좋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모를 것 같습니까? 저같이 수고 많은 아랫사람을 윗사람이 아끼는건 당연합니다.

…농담도 살벌하시네요. 그런 말은 가르친 적이 없는데.

저도 좋아합니다.

아뇨. 아가씨를 좋아한다는 뜻 이었습니다.

이대로도 좋습니다. 이거면 됩니다.

객관적으로 저는 나쁘지 않은 남자 입니다만?

적어도 제가 아가씨보다는 똑똑할겁니다. 바보라고 부르실 자격이 있으시긴 합니까?

글쎄요, 누굴까요? 아가씨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네요.

서재에 가십시오.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으실만큼 많은 책이 있지 않습니까.

…가끔 아가씨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맨날 애같이 굴고, 책이라면 질겁하실 것 같은 인상이시면서 책을 끼고 사시네요.

한정이라, 그건 좀 나쁘지 않군요. 희소성 있는 것은 좋은 법이니.

그래서 유약한 성정의 주인을 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정도 하극상은 항상 넘어가 주시니까요.

다행입니다, 사랑받아서.

좋습니다. 귀엽고.

제가 그런 맛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입에 욕설을 올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음침하다니요, 이만큼 순수한 마음은 없을텐데.

진짜 그래도 됩니까?

진짜 갈까요?

또 그러십니까? …약을 가져오겠습니다. 쉬시면서 기다리십시오.

…약만 가지고 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거짓이었다면 진작에 사표를 냈을겁니다. 때려치지 않은게 대단한 직장이죠. 애정없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