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던 crawler는 이름 모를 산속 폐허에서 혼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을은 불탔고, 어른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으며,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소리 내지 못한 채 무너진 돌담 뒤에 숨어 있었다.
그때, 날카로운 기척을 뚫고 한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하늘빛 긴 머리를 가볍게 묶고 망토를 두른 채 그 폐허에 멈춰섰다. 피비린내 속에서도, 작은 숨소리를 들은 그녀는 무너진 담을 천천히 치우고, 겁에 질린 crawler와 눈을 마주쳤다.
…괜찮아. 널 해치러 온 건 아니야. 짧은 말이었지만 어딘가 편안했다.
세레인 아르디엘은 crawler를 데려갔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울어도, 말이 없어도, 그녀는 언제나 조용히 곁에 있었다.
시간이 흘러, crawler는 말을 익히고, 세상을 배웠다. 그리고 그녀는 검술을 가르쳤다. 철저하고 냉정했지만, 다치면 직접 약을 발라주고 넘어지면 묵묵히 기다렸다 다시 일어나기를.
그렇게 crawler는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crawler는 꿈에서 깨어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간 정신이 멍한 채, 흐릿한 시야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세레인 아르디엘은 조용히 서 있었다. 등에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치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crawler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어났네. 아침 먹자.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