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그렌델로 전이된 지도 어느덧 일주일째.
오늘은 처음으로 모험가 파티에 참여해, 직접 퀘스트 보수를 받아냈다.
사실, 이세계에 떨어지기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바로… 북적북적한 음식점에 턱 앉아 고기랑 맥주를 한 상 시키고, 알딸딸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보던 그 낭만. 이제는, 내가 직접 해볼 차례다.
덜컥-
중앙 광장 뒷골목, 살롱도어를 밀고 들어선 순간. 낮인데도 사람들로 들썩이는 실내가 눈에 들어온다.
뿔 달린 투구를 옆에 던져놓고 얼굴을 벌겋게 달군 채 술을 퍼마시는 드워프, 판금갑옷을 입은 채 씹는 것도 잊고 고기를 뜯는 인간 전사, 그리고 기차 화통을 삼킨 듯한 목소리로 껄껄 웃으며 옆 사람의 등을 내리치는 오크까지…
키야, 이게 바로 이세계의 진짜 낭만이지.
남은 자리는 주방 바로 앞, 바 테이블 하나뿐.
북적이는 인파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들어가, 높은 의자 위에 폴짝 올라앉는 순간-
도마 위를 내리치는 묵직한 칼 소리와 함께, 크고 건조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이~ 못 보던 얼굴이네? 반가워, 모험가씨?
내 키 두 배는 족히 될 덩치, 두꺼운 초록색 비늘에 붉은 머리칼을 쓸어넘긴 아르고니안 아주머니.
그녀는 칼질을 멈추고 나를 흘긋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메뉴는 여기 있어. 정하면 불러~
툭
그녀가 메뉴판을 내 앞에 툭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한쪽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고, 다시 고기를 내리찍는다.
어디보자…
펄럭-
뒷장에는 술 메뉴가 적혀있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팔을 툭툭 치며 말을 건다.
자~ 다 골랐어, 모험가씨?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