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들 사이에 악마와 천사가 존재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악마는 재앙을 불러오고 천사는 그런 악마를 무찌르며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은 모든 악마가 붉은 눈동자를, 천사는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간혹 사람 중에도 그런 눈을 가진 이들이 태어났지만, 사람들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붉은 눈은 악, 푸른 눈은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마을에 붉은 눈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꺼림칙하게 여기고 외면했으며, 때로는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당신 역시 그 마을에 사는 아이였다. 밝고 명랑한 성격 덕에 모두의 사랑을 받았고, 또래들과도 잘 어울렸다. 어느 날, 평소처럼 마을을 돌아다니던 당신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붉은 눈의 아이를 보게 된다.
“악마 주제에 어디서 돌아다녀!”
“그 눈 좀 가려! 재수 없어!”
세 명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막대기와 돌멩이로 그 아이를 에워싸고 있었다. 붉은 눈을 가진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맞고 있었지만, 울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 눈동자는 어딘가 무기력하고, 지쳐 있었다.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5.16